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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센인 노부부 43년만에 ‘눈물의 웨딩마치’

정병두-김월례 씨 커플, 다른 3쌍과 합동결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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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웨딩숍에서 정병두 씨(오른쪽)가 웨딩드레스를 입은 신부 김월례 씨의 모습을 휴대전화로 찍으며 환하게 웃고 있다. 정 씨 부부는 한센인에 대한 편견을 이기기 위해 공개 결혼식을 결심했지만 언론에 얼굴을 공개하는 것은 꺼려 모자이크 처리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곱게 꾸미니 아직도 이렇게 예쁜데…. 한센인에 대한 편견 때문에 40년 만에야 면사포를 씌워 주게 돼 정말 미안하네요….”

13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웨딩숍. 커튼이 열리자 순백의 드레스를 입은 신부는 수줍게 고개를 숙였다. 신랑 정병두 씨(65·전남 고흥군 도양읍 소록도)의 눈에서는 회한의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정 씨와 부인 김월례 씨(62)는 14일 43년 만에 뒤늦은 결혼식을 올린다.

한센인 복지단체인 한빛복지협회는 사회·경제적 어려움과 주위의 편견으로 사실혼 관계이지만 결혼식을 올리지 못한 50, 60대 한센인 부부 4쌍을 위해 국내 최초로 ‘한센인 합동결혼식’을 14일 오후 1시 경인여대 기념교회에서 연다.

신랑신부들은 결혼식 뒤 15일 경복궁 관람과 한강유람선 탑승 등 신혼여행을 한다. 정 씨는 “2년 전 급성 C형 간염으로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가 아들의 간 이식으로 간신히 살아났다”며 “새 생명을 얻고 나니 결혼식도 올리지 못하고 고생만 한 아내가 눈에 밟혔다”고 말했다.

50여 년 전 중학교 진학을 준비하던 시절 정 씨는 거울에 비친 짓무르고 일그러진 얼굴을 보며 소스라치게 놀라곤 했다. 이후 ‘문둥병’이라는 수군거림을 참아낼 수 없어 어린 나이에 집을 나와 부산에서 신문팔이, 구두닦이 등 갖은 고생을 했다. 이렇게 사느니 차라리 죽겠다며 영도다리에 오른 것도 여러 차례. 결국 1963년 소록도병원에 입원했다.

부모가 한센병에 걸린 김 씨는 ‘미감아(未感兒)’였다. ‘미감아’는 감염되지 않았지만 언젠가 감염될 것이란 사회적 편견을 담은 말. 김 씨는 한센병에는 걸리지 않았지만 다소 지능이 떨어지는 상태다.

1969년 소록도에서 만난 두 사람은 서울로 올라와 신혼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막노동 등 닥치는 대로 일을 하며 아들 둘을 키웠다. 삶이 힘들었지만 한센인 정착촌으로 들어가진 않았다. 정 씨는 “내 아이들에게만은 부모가 한센인이라는 사실을 모르게 하고 싶었다”면서 “하지만 나중에 보니 아이들도 다 알고 있더라”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이미 완치된 지 오래지만 한센 병력자라는 사실을 드러내는 것은 여전히 쉽지 않다. 공개적으로 합동결혼식을 치르는 것도 큰 용기가 필요했다. 혹시나 자녀들에게 피해가 갈까 두려웠기 때문. 이 때문에 정 씨 부부를 제외한 다른 세 쌍은 한사코 인터뷰를 거절했다.

출처 http://news.donga.com/3/all/20121114/5083165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