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te/ 2017.12.21
"1년에 몇번 정도는 현장에 나가서 잠도 자보고 살펴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것을 근무의 중요한 형태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습니다."
지난 7일 재선에 성공한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첫 월례회의에서 경기도청 공무원들에게 한 말은 '체험행정'의 중요성이었다.
체험행정을 실천하겠다는 그의 의지는 곧바로 나타났다.
지난 24일 밤 김 지사는 경기도 포천의 한센촌인 장자마을을 방문해 그들과 하룻밤을 보냈다.
한센인들을 위한 '행복학습관'개관식에 참석한다는 게 이유였지만 김 지사에게는 그들과 하룻밤을 자며 토론해보겠다는 더 큰 이유가 있었다.
실제로 이날 김 지사는 밤 9시30분부터 자정까지 행복학습관에서 도2청 및 포천시청 공무원들이 대거 참여한 가운데 30여명의 한센인들과 열띤 분위기 속에서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도지사를 만난다는 것 자체가 꿈만 같았던 그들이었기에 이날 자리에 참석한 한센인들은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리기에 바빴다.
또 필요한 부분에 대해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말이 나올 때마다 박수와 함성이 터져나왔다. 그들에게는 기적과 같은 일이었기 때문이다.
아무도 사람 취급 안하던 그들에게 20여명의 고위공무원들까지 마주앉아 대화를 나눈다는 것도 감동을 주기 충분했다.
이 자리에 참석했던 김동근 교육국장은 한센인들로부터 '감사하다','고맙다'는 말을 듣자'저희가 더 감사하다'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보다 앞서 김 지사의 '체험행정' 발언은 경기도청 고위 공무원들에게도 곧바로 영향을 미쳤다.
지난 18일에는 경기도 경제투자실장과 기업지원과장 등 10여명이 경기도 한 기업의 컨테이너 기숙사에 찾아가 체험하고 그 결과를 보고했다. 30여명이 이용하고 있는 이 공장의 기숙사 환경은 엉망이었다.
24시간 공장을 가동하면서 나오는 기계소리에 잠을 설쳐야했고 2평 남짓되는 좁은 컨테이너 하나에 2명 이상 자고 무더위는 선풍기에만 의존하고 있었다.
창문도 없고 배기시설 없는 방에는 악취가 진동했다.
하룻밤을 지낸 경기도청 공무원들은 지원방안과 향후 해결책을 제시했다.
김 지사는 오는 7월17일 이번에는 대학생 기자단 100여명과 경기도 서해안의 한 작은 섬인 육도에서 1박2일 단합대회를 갖는다.
젊은이들과의 소통방법을 배우기 위해서다.
김 지사의 이같은 행보는 민선 4기 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현장행정을 좋아하기는 했지만 함께 잠을 자면서 24시간을 보낸다는 건 또 다른 모습이다.
김문수 지사의 이같은 '현장체험행정'에 벌써부터 경기도청 고위공무원들은 불평도 늘어 놓는다.
경기도청 공무원 A씨는 "가뜩이나 시간이 없는데 현장에 24시간씩 체험까지 할 필요가 있겠느냐"며 볼멘소리를 냈다.
"공직은 생명체처럼 늘 도민들과 호흡하고 소통해야 한다. 이것은 굉장히 중요하다."
민선 5기를 맞아 그가 들고 온 '체험행정'. 경기도의 새로운 행정스타일을 만들어 낼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http://www.nocutnews.co.kr/show.asp?idx=15130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