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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 세월 지나온 의왕시 성라자로 마을 조욱현 원장신부

“71년에 찾아왔던 육영수 여사…한센인 손 덥석 잡고 악수했지요”

60년 세월 지나온 의왕시 성라자로 마을 조욱현 원장신부

                       

 

 

경기도 의왕시 성라자로 마을이 설립 61년을 맞았다. 라자로 마을 조욱현 원장신부(왼쪽)와 40년째 이곳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천주교한민족돕기회 봉두완 회장이 얘기를 하고 있다. 사진 가운데 라자로 마을을 일구었던 고(故) 이경재 신부의 흉상이 보인다.

지난달 31일 경기도 의왕시 성라자로 마을을 찾았다. 이곳에는 한센인 59명과 가톨릭 사제 2명이 생활하고 있다. 마을은 울창한 숲에 둘러싸여 있었다. 원장신부를 만나러 가는 길 왼편,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의 동상이 보였다. 아래에는 ‘목 마르다’는 네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요한복음 19장 28절에 나오는 대목이다.

 언덕길을 올라가 조욱현(57) 원장신부를 만났다. ‘목 마르다’의 뜻을 물었다.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님께서 던지신 말씀이다. 제게는 주님의 부르짖음으로 들린다. 모든 사람을 위한 목마름, 모든 이의 구원을 위한 목마름의 열망으로 들린다.” 사실 성라자로 마을도 그런 열망으로 꾸려진 열매다.

 60년 전이었다. 온갖 반대를 무릅쓰고 미국인 신부 조지 캐롤이 1950년 광명리 신기촌에 성라자로 요양원을 세웠다. 하지만 설립 23일 만에 한국전쟁이 터져 흩어졌다. 이듬해 고(故) 이경재(1926~98) 신부가 떠돌아다니던 한센인을 모아 지금 자리에 성라자로 마을을 다시 세웠다. 그때만 해도 결핵환자들이 요양하던 삭막한 골짜기였다.

 캐롤 신부가 그 땅을 1500달러에 사서 기증했다. 꼬박 40년째 라자로 마을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천주교한민족돕기회 봉두완 회장은 “70년대 초만 해도 판잣집만 달랑 네 채 있었다. 전기도 없고, 수도도 없었다 ”고 말했다. 첫 한국인 천주교 교구장인 노기남(1902~84) 대주교도 말년을 라자로 마을에서 보냈다. 당시 노 대주교의 식사를 만들던 이도 한센인이었다.

 지금의 라자로 마을은 ‘상전벽해(桑田碧海·뽕나무 밭이 푸른 바다로 바뀌다)’다. 나무도 많고, 여기저기 멋진 조각상도 세워져 있다. 이웃주민들이 “너무 예쁘다”며 들어와 산책을 할 정도다. 지난해 가을 부임한 조 원장신부는 “이곳이 저의 마지막 소임지란 생각으로 일한다. 이경재 신부님도 여기서 돌아가셨다. 제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조 원장신부는 현재 수원 가톨릭대학교에서 신학 강의도 맡고 있다.

 조 원장신부는 중학생 때부터 한센인 마을을 찾아가 봉사활동을 했다. 경기도 양평의 용문성당에 속한 상록촌이었다. “40년 전이다. 상록촌에 가서 아이들과 놀아주면 부모들이 아주 기뻐했다.”

신학생 때는 혼자서 상록촌에 갔다. 그때 한센인 세 명이 “술 한 잔 하자”며 집으로 불렀다. 갔더니 교자상이 나왔다. 4홉들이 소주 한 병, 젓갈 3개, 열무김치 1접시가 있었다. 그런데 술잔은 하나밖에 없었다. 일종의 테스트였다. “내게 먼저 잔을 주더라. 마셨다. 나도 잔을 줬다. 상대방이 마셨다. 다시 잔이 내게 왔다. 그렇게 잔이 돌았다. 세 잔을 받아 마셨다. 그렇게 했더니 저쪽에서 ‘됐다’고 하더라. 그때 그분들 마음이 열렸다. ‘저 학생이 마음으로 우리를 좋아하는구나’라고 생각하더라. 그때 절감했다. 가서 봉사활동 하는 것보다 그분들을 똑같은 마음으로 대하는 게 더 중요하더라.”

 71년에는 육영수 여사가 라자로 마을을 찾았다. 그리고 개인 돈으로 빨래방인 ‘정결의 집’을 지어줬다. 그때 육 여사는 한센인의 손을 덥석 잡으며 악수도 했다. 청와대에 돌아가서는 직접 쓴 편지도 보냈다. 육 여사의 방문 이후 라자로 마을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후원이 놀랄 만큼 달라졌다.

 지금껏 이름을 밝히지 않는 후원자도 많다. 조 원장신부는 “20년째 미용봉사를 하는 자매님이 있다. 일일이 머리를 감겨주고, 머리도 깎아준다. 밖에 나가서 자장면이라도 대접하려 해도 늘 손사래를 친다”고 말했다.

 라자로 마을 한센인의 평균 연령은 75세다. 숙소에서 성당까지 비탈길을 오르는 데 어려움이 많다. 조 원장신부는 “이분들의 이동을 돕기 위해 골프장에서 쓰는 중고 전동카트 두 대만 있으면 좋겠다. 인근 골프장에 알아봤더니 아직 교체시기가 멀었다고 하더라. 지금 쓰고 있는 카트는 25년이나 됐다”고 말했다.

 성라자로 마을은 매년 자선음악회를 연다. 지난달 28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선 ‘국내외 한센병 가족들을 돕기 위한 자선음악회’를 마련했다. 올해가 29회째다. 조 원장신부는 “ 라자로 마을은 그간 외국에서 도움도 많이 받았다. 이제는 우리가 돌려줄 때다. 그래서 91년부터 자선음악회 수익으로 해외의 한센인도 돕고 있다 ”고 말했다.

 

 

의왕=글·사진 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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