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

총연합회 뉴스

오늘부터  당신의  사랑을  보여주세요!

남이섬 여행간 한센인,

남이섬 여행간 한센인, "다른 나라 같아요"

 

 

지난 20일 경기도 양주의 천성마을, 한센인 55세대가 사는 이곳은 아침부터 활기가 넘쳤다. 이곳 주민 40명은 아들, 딸이 선물해준 점퍼와 모자로 마음껏 멋을 냈다. 거동이 불편해 마을에서만 지내던 이들은 모처럼 다 같이 여행을 가기 때문이다.

이들은 경기도와 문화체육관광부가 북한이탈주민, 한센인 등 사회소외계층의 여행을 지원하는 '여행바우처'에 선정됐다. 지난 8월에 642명의 취약계층이 여행바우처로 국내여행을 다녀왔고 이번 달에는 605명이 여행을 갈 예정이다.

 

 2011102101787_0.jpg

  •               

  •  양주 천성마을 한센인들이 이천세라피아에서 도자 체험을 하고 있다.

 

 

이날 오전 양주 천성마을과 연천과 포천의 한센인 106명은 경기도자비엔날레가 열리고 있는 이천세라피아에 도착했다. 모처럼 하는 나들이에 날씨까지 더할 나위 없이 좋아서인지 모두 발걸음이 가벼워 보였다.

이들은 도자로 호수 바닥과 조형물을 만든 구미호를 감상한 후 도자 체험장에 들렀다. 이들은 6명씩테이블에 앉아 도자에 그림을 새기는 체험을 했다.

 

2011102101787_1.jpg 

  •                경기세계도자비엔날레가 열리고 있는 이천세라피아에 한센인들이 구경하고 있다.

 

 

50~80대인 이들 대부분이 학창시절 이후 수십 년 만에 붓을 들었지만, 솜씨는 예사롭지 않았다. 노란색 유채꽃과 깜찍한 표정의 다람쥐 등 자신만의 작품이 하나둘씩 새겨졌다.

전우임(65)씨는 "마을 친구들과 오랜만에 바람도 쐬고 직접 그림도 그려보니 시간 가는 줄 몰랐어요."라며 "완성된 도자를 보니 뿌듯하네요."라고 말했다.

도자 체험을 마친 후 세계 유명작가들의 도자 작품을 둘러보았다. 작품을 보던 전씨는 "어떻게 이런화려한 색의 꽃모양으로 도자기를 만들었는지 신기하네요."라며 "집에 저런 물건 하나 있으면 좋겠네요."라며 환한 웃음을 보였다.

 

 2011102101787_2.jpg

  •             

  •  포천, 양주, 연천에서 온 106명의 한센인이 남이섬에서 단체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이들은 자리를 옮겨 드라마 '겨울연가'의 촬영지로 유명한 '남이섬'을 찾았다. 은행나무와 단풍나무가 울긋불긋 물든 남이섬은 평일임에도 관광객으로 북적였다.

거동이 불편한 한센인들은 전기자동차를 타고 섬을 이동했다. 이들은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남이섬 이곳저곳을 누볐다. 20미터도 넘는 메타세쿼이아 나무가 우거진 길과 강을 가르는 모터보트의 모습에 이들은 "와! 멋있다"라며 탄성을 자아냈다.

 

 

  •                 2011102101787_3.jpg

  •  드라마 겨울연가의 배경이된 '남이섬'을 한센인들이 여행하고 있다.

 

 

처음으로 이곳을 찾았다는 박숙이(68)씨는 "나무에서 나는 향이 정말 좋아요."라며 "타조도 보고 쭉쭉 뻗은 메타세쿼이아 길도 걸었는데 다른 나라에 온 기분이에요."라고 말했다.

양주 천성마을 위성옥(79)위원장은 "수십 년을 한마을에서 살았지만 이렇게 다 같이 멀리 가보는 건 처음이에요."라며 "병은 나았지만, 아직도 마음의 상처가 남아 있는 분들이 많은데 이번 여행으로 치유된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              2011102101787_4.jpg

  •  양주의 김옥례(66), 최권옥(62)씨가 남이섬을 향하는 배에서 환하게 웃있다.

 

 

여행을 마친 후 이들은 포천의 한 식당에서 삼겹살 식사를 즐겼다. 양주, 포천, 연천 등 사는 지역은 다르지만 식사를 하며 이웃처럼 어울러 오늘 여행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경기도 문정희 관광마케팅과장은 "여행바우처는 사회·경제적 제약으로 평소에 여행을 쉽게 접하지 못했던 분들을 대상으로 여행 기회를 제공해 주는 사업이다."라며 "한센인과 같이 사회에서 소외된 계층의 여행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고 있다."라고 말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 Chosun.com   조선닷컴 미디어취재팀

http://boomup.chosun.com/site/data/html_dir/2011/10/21/2011102102098.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