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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록도 환자와 43년

소록도 환자와 43년 "특별한 거 안 했어요, 그들의 친구였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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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리안느 수녀, 마르가레트 수녀.

 

 

"우리 특별한 거 안 했으니까 소감이 없지. 허허허…."

수화기 너머에서 할매 수녀가 웃었다. 43년간 전남 고흥군 소록도에서 한센인을 돌보다 2005년 모국 오스트리아로 귀국한 마리안느 스퇴거(82) 수녀다. 그는 지난 4월 국립소록도병원 100주년을 맞아 한국을 방문, 57일간 머물다 돌아갔다. 오스트리아의 작은 마을 마트레이에 사는 그에게 만해실천대상 수상 소식을 전화로 알렸다. 소감을 묻자 그는 거듭 "특별한 일을 한 게 없다"면서도 "한국 사람들 마음 잘 알고 감사하다"고 했다. 함께 한센인을 돌봤던 친구이자 동료 마르가레트 피사렛(81) 수녀에게도 좋은 소식을 바로 전하겠다고 했다. 전라도 사투리 억양이 살짝 밴 한국말이었다.

두 수녀는 20대 젊은 나이에 소록도에 들어와 한센인을 위해 평생을 바쳤다. 마스크와 장갑, 방역복으로 무장한 병원 직원들과 달리 수녀들은 흰 가운만 걸친 채 짓물러 달라붙은 환자의 손·발가락을 맨손으로 떼어 소독했다. 피고름이 얼굴에 튀어도 개의치 않았다. 허름한 창고를 고쳐 어린 미감아(한센병 환자의 자녀로 증세가 나타나지 않은 아이)들까지 보살폈다. 환자들은 그들을 "소록도의 엄마"라 불렀다.


애정만 베푼 것이 아니다. 두 수녀가 오스트리아 가톨릭부인회 후원을 받은 덕분에 소록도에 의약품을 보급하고 영아원, 결핵 병동, 목욕탕 등을 지을 수 있었다. 결혼 후 섬 밖으로 나가는 이들에겐 정착금을 쥐여줬다. 정작 자신들을 위해선 한 푼도 쓰지 않았다. 빗자루가 부러지면 테이프로 붙여 썼고 죽은 환자들의 옷을 수선해 입었다. 낡은 사택에서 지네에게 물리면서도 한 번도 집 수리에 돈을 쓰지 않았다.


당신들의 희생과 봉사에 한국인들이 깊이 감동받았다고 하자 수녀가 또 한 번 소탈하게 웃었다. "할튼(하여튼) 나는 예수님 뜻 따르고 복음 따라서 산 거니까 특별한 거 없어요. 소록도에서 진짜 좋은 시간 보냈고, 나는 그저 그들의 좋은 친구였어요. 기쁘게 (일)했으니까 충분한 거여." 30여분 통화 중 '할튼~'이란 말이 12번 나왔다. 입맛까지 한국화된 수녀들은 된장찌개를 가장 좋아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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