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te/ 2017.12.21
소록도 가는 길에 떠올린 할아버지
제가 국립소록도병원을 방문하는 것을 알게 된 아내는 할아버지가 병원장으로 근무하셨던 곳이라며 따라가고 싶다고 했습니다.차별과 냉대의 서러운 삶을 살아오신 한센인들을 격려·위로하는 기회인 만큼 오히려 환영할 제안이었습니다.
할아버지는 저에게 특별한 감동을 준 어르신이었습니다.88세로 돌아가시기 전날 손수 펜을 잡아 남긴 유서 때문입니다.「본인은 생의 마지막 언덕 위에 서서 평소 본인을 아껴주시고 사랑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삼가 인사를 올립니다.
먼저 88세 미수(米壽)까지 생을 누리도록 성은(聖恩)을 베풀어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리고,이 복된 삶을 이어오는 동안 본인에게 지혜와 용기를 베풀어주신 여러 스승님과 선배님들 그리고 벗들과 후배 여러분에게도 뜨거운 감사를 드립니다.
생야일편부운기(生也一片浮雲起)요, 사야일편부운몰(死也一片浮雲沒)이라 하였습니다. 한 조각 뜬구름에 불과한 인생에 종말의 시간이 온다는 것은 천명(天命)이요 사람의 숙명일진데 본인은 기쁜 마음으로 천명에 순종할까 합니다.
(중략)
본인의 간절하고 마지막인 기도와 소원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내 고향 목포인들이 서로 사랑하고 서로 도우실 것을 바라는 마음이요 또 하나는 의사님들이 히포크라테스의 선서를 꼭 지켜주시라는 간곡한 소망입니다.
모든 형제자매여, 이제 본인은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아 자연으로 돌아갑니다.
OOO 올림」
죽음 앞에서의 평안과 담대함, 그리고 사사로움이 없는 당부 말씀의 충격과 감동을 다시 떠올린 소록도 방문이었습니다.
국무총리 김 황 식
http://www.pmo.go.kr/pmo_web/main.jsp?state=view&idx=56770&sub_num=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