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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록도에서 한센인 돕는 여대생​

소록도에서 한센인 돕는 여대생

 

[고흥] 전라남도 고흥군에 있는 작은 섬 소록도. 이는 섬의 모양이 작은 사슴처럼 생겼다 하여 소록도라고 한다. 이곳에는 한센병 환자를 진료하고 보호하며, 한센병을 연구하는 국립소록도병원이 있다.


이곳에는 노령화와 장애, 치매 등으로 스스로 대·소변을 가리기 힘들고, 목욕이나 식사, 외출 등 기본적인 활동조차 할 수 없는 한센인들이 많다. 국립소록도병원에서 만난 여대생 홍지원씨(24·여·부산대)는 그런 한센인들을 돕는 자원봉사자 26명 중 한 명이었다. 그녀는 소록도를 ‘천국’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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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소록도병원 자원봉사회관에서 만난 홍지원씨.

언제부터 국립소록도병원에서 자원봉사를 하셨나요?

대학에 입학한 해인 2006년 여름방학 때 처음 이곳을 방문했어요. 그리고 그 다음해인 2007년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에 다시 왔어요. 그리고 2010년 겨울방학에 다시 이곳을 찾았습니다.


이곳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이유에 대해 물어보시는 분이 많습니다. 저도 잘 모르겠어요. 어떻게 해서 제가 소록도에 오게 됐는지.


대학생이 된 첫 해 ‘어떻게 방학을 보내야 할까’ 곰곰이 생각해봤어요. 그때 문득 학창시절 지인께서 소록도 이야기를 해주신 게 떠올랐어요. 그래서 홀로 소록도에 왔어요. 소록도에 오기 전에 장애인 복지회관과 무료급식소에서 잠깐 자원봉사를 했었는데, 그 때 노인복지에 관심을 갖게 된 것도 하나의 이유겠죠.


소록도에 오는 게 두렵지 않았냐고요? 실은 소록도에 오기 전까지 한센병에 대해, 또 소록도에 대해 대략적으로만 알고 있었어요. 때문에 두려움은 없었지요. 그래서 저는 소록도에 오게 된 것을 운명이라 생각해요. 정말 이끌리듯 이곳에 왔거든요. 


현재 하루 일과가 어떻게 되나요?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난 뒤 씻습니다. 이후 오전 5시부터 한 시간 동안 어르신들의 아침식사를 도와드리고, 기저귀 갈기 등 간호사분들의 일도 도와드려요.


오전 9시부터는 어르신들의 말벗이 돼 드립니다. 1시부터는 오후 일과가 시작하는데, 어르신들 물리치료도 돕고, 산책도 함께 하고, 이야기도 나눕니다. 자원봉사는 오후 5시에 끝납니다. 그 뒤에는 식사를 하고 자유시간을 갖습니다.


많은 분들이 한센병에 대해 오해하고 계시더라고요. 옮진 않는지, 위험하진 않는지. 소록도는 국도여행하시는 분들이 많이 찾는 곳 중 하나예요. 대부분 이 곳, 국립소록도병원을 방문하시죠. 그분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가 있는데 꼭 빠지지 않는 이야기가 “한센병에 대해 전혀 몰랐기에 솔직히 겁났다”라는 것이에요.


하지만 한센병은 불치의 병이 아니랍니다. 조기에 치료하면 장애 발생을 사전에 예방할 수도 있고요. 또 완치될 때까지 국가가 무료로 치료해주고 있답니다. 또 많은 사람들이 ‘이곳의 어르신들이 격리치료를 받지 않냐’고 생각하시는데요, 전혀 아니랍니다. 일반병원과 크게 다를 바가 없어요. 노인요양병원 같다고 해야할까요?!


이곳에서 자원봉사를 한 이후 달라진 점이 있나요?

정말 많죠. 처음 이곳을 방문할 때만 해도 저는 사랑을 비뚤게 받아들였던 아이였어요. 하지만 작은 것에도 감사하는 이곳의 어르신들을 바라보면서, 감사하는 법을 배웠어요.


그리고 이곳의 어르신들이 아무런 조건 없이 저에게 주신 게 바로 사랑이더라구요. 한 어르신은 아흔이 넘으셨지만 정말 정정하시고 마음씨도 참 고우셔요. '부모님께 공손하거라' 등 늘 좋은 말씀만 해주시죠. 


어르신은 제가 식사시간을 놓칠까봐 얼른 밥 먹으라 하시고, 침대 곁에서 이야기를 나눌 때도 제가 다리 아플까봐 '침대 안전바를 내려놓고 앉거라' 하시는 등 항상 자원봉사자들을 아끼신답니다.


자원봉사자란 이름으로 소록도를 찾았지만, 어르신들은 늘 저희들의 건강과 미래, 그리고 가족들에 대한 염려를 비롯하여 좋은 말씀만 해주세요. 끝없는 무조건적인 사랑과 제 마음을 어루만져주시는 이 분들은 제 할머니 할아버지예요.


사랑을 표현하는데 서툴렀던 제가 이젠 스스럼없이 부모님께 “사랑합니다”라는 말을 꺼냅니다. 저희 엄마는 방학만 되면 소록도에 가라고 말씀하실 정도예요.


자원봉사를 하기 위해 자원봉사 신청서를 작성할 때 봉사활동 동기를 쓰는 칸이 있어요. 처음엔 저도 사명감을 운운하며 “사랑을 나누고 싶다” 등의 말을 썼지요. 하지만 그 다음 방문할 때부턴 그냥 “어르신들이 보고 싶어서”라고 적고 있어요.


처음엔 제가 어르신들을 도와드리려고 방문했지만, 한 번 방문해보니 그게 아니었어요. 제가 드린 것에 비해 엄청난 사랑을 받고 다시 돌아가는 느낌이에요. 어르신들은 항상 고맙다고 말씀하시지만 실은 더 큰 사랑과 애정을 받은 쪽은 오히려 저예요.


때문에 제 삶에 있어서 소록도가 주는 의미는 커요. 소록도는 저에게 있어서 선물이에요. 제가 어떠한 고민을 가지고 있더라도 어르신들이 한 마디 해주시거나 이곳의 예쁜 풍경, 수많은 별들을 바라보면 어느새 고민은 말끔히 사라지죠. 항상 되돌아 갈 땐 조금이나마 성장한 느낌이에요.


자원봉사를 하면서 가장 고마운 분들을 꼽으라면요?

일단 의사선생님과 간호사 언니들 모두 감사하죠. 하지만 가장 고마운 사람들을 꼽으라면 바로 함께 자원봉사를 하는 사람들이예요. 저 뿐만 아니라 모두들 이곳에 한 번 방문하면 다시 방문해요.


저희들끼리 하는 말 중 하나가 소록도에 와서 얻는 것 중 하나가 '우리'라는 거예요. 참 신기한 게 모두 성격도 다르고, 사는 곳도 다르고, 나이도 다르지만 뭔가 통하는 부분이 많은 것 같아요. 돌이켜 보니 다들 ‘사랑’이란 게 있었죠. 전에 함께 자원봉사를 했던 사람들과 아직도 연락할 정도로 유대관계가 끈끈하답니다.


제가 지난해 서울에서 생활했었는데 그 때 이곳에서 만난 언니들이 많은 도움을 주셨어요. 마찬가지로 다른 분들이 부산에 방문할 때면 저희 집에서 함께 자곤 해요.


이곳에서 자원봉사를 한 사람들 모두 자신의 미니홈피에 ‘소록도’라는 폴더가 있어요. 가끔 방문해 사진들을 보며 힘도 얻고 추억에 잠기곤 해요. 그 전에 자원봉사를 하신 분들 중에는 택배로 과자를 보내시는 분들도 계세요.


아! 그리고 모두들 그 다음에 이곳을 방문할 땐 자원봉사자를 한 명씩 데려온답니다. 저도 마찬가지예요. 방문할 때마다 친구들을 데리고 와요. 그만큼 함께 나누고 싶은 곳이에요.


기억에 남는 어르신들도 많을 것 같아요

물론이죠. 요즘 저와 친하게 지내는 어르신 한 분과는 제가 손녀하기로 했답니다. 이 어르신은 소록도에서도 인정 많기로 소문날 정도로 배울 점이 정말 많아요. 어르신께서 화장실을 갈 때 항상 저를 찾으세요. 그러면서 “네가 편해서 너만 찾게 된다”고 말씀하시는데 참 고맙죠.


저희 일과가 오후 5시 30분이면 끝나는데 저는 저녁식사 후 이 어르신과 함께 산책하면서 이야기를 나누곤 해요. 자유시간보다 어르신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저에겐 훨씬 소중해요.


또 있어요. 이 분은 제가 처음 소록도에 방문했을 때 만난 분인데, 치매 증상이 있으셨어요. 그런데 두 번째 방문해서 보니, 그 증상이 너무 심해지신 거예요. 속상했죠. 하지만 이번에 방문하니 어르신께서 많이 건강해 지셔서 기뻤어요.


이곳에 계신 어르신들은 연세가 많으신 편이예요. 그래서 방문할 때마다 보이지 않는 어르신들도 많죠. 하지만 이 어르신께서 호전된 모습을 보니 정말 행복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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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소록도병원의 자원봉사회관. 이곳은 자원봉사자들의 숙소 및 교육의 장으로 이용된다.


이곳의 자원봉사가 다른 곳과 비교해서 차이점이 있다던데요?

네. 일단 개인봉사의 경우 최소 2주 이상 해야 하고, 대학생 이상만 모집합니다. 단체봉사의 경우는 최소 4박5일 이상에 고등학생 이상이여야 하구요. 봉사내용은 어르신들의 간병 및 식사돕기, 용변돕기, 청소, 말벗 및 일상생활을 돕습니다.


아! 그리고 모두 이 자원봉사회관에서 숙소생활을 한다는 점도 있어요. 제가 소록도에 간다고 하면 간혹 “씻을 수 있니? 컴퓨터는 있니?”라고 묻는 분들도 계시는데 모든 게 있답니다. 밥도 무료에요. 어르신들을 공경하고 열린 마음을 가진 분이라면 누구나 환영이에요. 먼저 다가가서 말을 건네는 게 가장 중요하거든요.


지원씨에게 있어서 자원봉사는 어떤 의미인가요?

친구들에게 말하곤 해요. 제 삶의 터닝 포인트라고. 이 때문에 친구들에게 적극 추천하기도 하구요. 처음 이 곳에서 자원봉사를 시작했을 땐 우물쭈물 하기도 했고, 무슨 일을 해야할 지도 잘 몰랐어요.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봉사는 내가 스스로 찾아서 하는 것이란 걸 깨닫게 되었죠.


정말 자원봉사는 제가 드리러 오는 게 아니라 받으러 오는 것 같아요. 저는 ‘소록도에 오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하곤 해요. 간혹 새벽봉사가 힘들 때도 있지만 어르신들을 바라보면 저절로 미소 짓는 제 모습이 너무 좋아요. 정말 자원봉사가 아니라 선물이에요.

 

그녀와 자원봉사회관을 나오며 물었다. 이제 무엇을 할 예정이냐고. 씽긋 웃으며 “어르신들과 이야기 하러 가야죠”란 대답이 돌아왔다. 그녀의 말처럼 이곳은 그녀에게 천국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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