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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필 ‘운명’ 연주에 갈채…조용필 ‘친구여’ 열창에 환호

英로더미어 자작부인 주선 소록도 ‘희망의 하모니’ 공연

한센인-鄭총리 등 400명 참석…찰스왕세자 영상메시지 보내

공연주선 자작부인은 재일교포…美서 모델활동 중 남편 만나

보육원에 3년째 장학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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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출신의 세계적인 지휘자 블라디미르 아슈케나지가 이끄는 영국 런던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가 5일 오후 전남 고흥군 국립소록도병원을 찾아 자선 연주회를 열었다. 이날 연주회에는 가수 조용필 씨도 참여했다. 고흥=박영철 기자


5일 오후 2시 국립소록도병원. 병원 본관에서 500m 떨어진 우촌복지관에서 한센인들과 전남 함평시온원 가족들, 정운찬 국무총리 등 400여 명이 들뜬 마음으로 세계적 공연을 기다렸다. 정 총리는 공연에 앞서 한센인들과 두 차례나 악수를 하며 지원을 약속했다. 영국 찰스 왕세자의 영상메시지도 전달됐다.


영국 런던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 단원 53명이 애국가와 베토벤 교향곡 5번 ‘운명’을 천형(天刑)의 섬 소록도에서 힘차게 연주했다. 이어 가수 조용필이 ‘친구여’를 열창한 뒤 “꼭 오고 싶었는데 이제야 왔다”며 “소록도가 먼 곳인 줄 알았는데 가까웠고 다시 오고 싶다”고 밝혔다. 2시간 동안 진행된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 at 소록도’ 공연의 끝 곡으로 아리랑이 연주되자 모두 어깨동무를 하며 흥겨워했다. 한센인 사진작가 이남철 씨(61)는 “공연이 너무 즐거워 시간 가는 줄도 몰랐다”며 좋아했다. 이 공연은 런던에 있는 레이디 R재단이 필하모니아와 조용필 씨에게 제안해 이뤄졌다. 출연진은 출연료를 받지 않고 공연을 했다. 레이디 R재단 설립자이자 필하모니아 후원회장인 로더미어(이정선·61) 자작부인은 “소록도 주민들과 함평시온원 가족들과 같이 공연을 보고 싶었다”며 “필하모니아나 조용필 씨가 출연료를 받지 않고 공연을 해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 소록도와의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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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연을 주관한 레이디R재단의 로더미어(이정선) 자작부인(오른쪽에서 두 번째)과 조용필 씨(오른쪽에서 첫 번째)가 한센인 할머니의 손을 잡고 인사하고 있다. 고흥=박영철 기자



로더미어 자작부인은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난 재일교포 2세다. 젊은 시절 미국 뉴욕으로 건너가 유명 화장품회사 손 모델로 활동했다. 한 자선행사장에서 로이터통신 회장 등을 지낸 영국인 비어 함스워스 로더미어 자작(1998년 작고)을 만나 1993년 결혼했다. 로더미어 자작의 유해 일부는 아내의 나라인 전북 무주 백련사에 안장됐다.


로더미어 자작부인이 소록도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984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소록도를 찾아 한센인들을 만나는 것을 TV로 보면서부터다. 큰 감명을 받은 로더미어 자작부인은 언젠가는 소록도를 찾을 것이라고 마음먹었지만 결혼 등으로 바쁜 나머지 2004년에야 첫 방문을 했다. 최근까지 다섯 차례나 소록도를 찾아 아름다운 인연을 잇고 있다. 김명호 소록도 주민자치회장(61)은 “로더미어 자작부인이 소록도를 방문할 때마다 500만 원씩 기부금을 냈다”며 “너무 고마워 감사패를 주려 했으나 사양했다”고 설명했다.


 http://news.donga.com/3/all/20100506/28119097/1

○ 고아들에게 사랑을 


로더미어 자작부인은 보육원인 함평시온원 원생들과도 각별한 인연을 맺고 있다. 그는 2007년 아버지 고향인 함평군을 방문한 뒤 3년째 함평시온원을 조용히 돕고 있다. 매년 2000만 원이 넘는 장학금을 주고 있다. 이날 공연에 참석한 원생 9명도 장학금 혜택을 받고 있다. 그는 지난해 11월에는 함평시온원 원생 30여 명을 영암 현대호텔로 초청해 식사를 했다. 회갑을 맞아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가진 것이다.


함평시온원 원생들은 1월이 되면 함평군 손불면 야산에 있는 로더미어 자작부인의 아버지 묘소를 참배하고 있다. 작은 보답을 하고 싶은 마음에 편지도 보내고 있다. 이정열 함평시온원 사무국장은 “로더미어 자작부인은 원생들에게 ‘아가들아 사랑한다’는 말을 하기 위해 힘들게 한국어를 배울 정도로 아이들을 사랑한다”고 전했다.


로더미어 자작부인은 그동안 기부를 발전시키기 위해 지난해 소외된 계층을 돕는 레이디 R재단을 설립했다. 박지은 레이디 R재단 팀장은 “소록도 공연은 레이디 R재단의 첫 프로젝트”라며 “향후 음식페스티벌 등 기부행사를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