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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법 시행 3년 지나도록… 한센인 피해 지원 ‘0원’

특별법 시행 3년 지나도록… 한센인 피해 지원 ‘0원’

- 지난 2월 뒤늦게 기준 마련 ,복지부 예산 없어 지급 못해, 피해 진상규명도 지지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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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07년 수도권의 한 한센인 정착촌에서 한센인들이 나란히 서서 자신들이 사는 마을을 내려다보고 있다. 한빛복지협회 제공

김길수(73)씨는 올해로 32년째 전북 익산시의 한센인 정착촌인 금호농장에서 살고 있다. 23살

때 걸린 한센병의 후유증으로 오른쪽 다리를 저는 김씨는 같은 병을 앓았던 아내와 함께 이 농장에서 돼지와 닭을 키워 생활비를 벌었다. 하지만 김씨 부부는 최근 들어 노환으로 가축 돌보는 일을 더는 할 수 없어 월 40만원의 기초생활수급비로 어렵게 살고 있다.

 

김씨는 지난해 8월 ‘한센인 피해사건 진상규명위원회’(진상규명위)의 조사를 거쳐 한센인 피해자로 정식 등록했다. 그러나 기대했던 생활지원금은 한 푼도 나오지 않았다. 김씨는 “한센인들이 이제 다들 나이가 많아 우리 농장에서만 1년에 10명 이상 죽어가고 있다”며 “죽기 전에 정부가 약속한 생활지원금을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정부는 2008년 제정된 ‘한센인 피해사건의 진상규명 및 피해자 생활지원 등에 관한 법률’(한센특별법)에 따라 진상규명위를 만들었다. 한센인이라는 이유로 불임 정관수술, 강제노역, 폭행 등을 당한 피해자들을 찾아내 보상해주기 위해서였다. 법 시행 3년 만인 지난 2월 피해자로 인정된 이들에게 1인가구 최저생계비의 80%인 월 42만6000원을 지급하는 생활지원금 기준도 마련됐다. 하지만 보건복지부의 예산 부족으로 실제 돈을 지급하지 못하고 있다.

 

 

한센인 인권협회인 한빛복지협회 우홍선 본부장은 “최근 3년 동안 복지부의 한센특별법 관련 예산이 모두 17억원인데, 이 중에 생활지원금 예산은 5억원에 불과하고, 이마저도 그동안 지급 기준이 마련되지 않아 불용처리됐다”고 지적했다. 한센인 피해자 진상규명도 지지부진하다. 법 시행 3년이 지나도록 한센인 피해 신청자 5548명 가운데 아직 피해 사실 조사조차 끝나지 않은 사람이 2517명이나 된다. 피해자로 인정된 사람은 1066명에 불과하고, 이 가운데 437명은 고령으로 이미 사망했다.

 

 

한센인들은 피해자 등록과 정부 보상 문제뿐 아니라 사회의 편견과도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한센병은 의술의 발달로 이제는 리팜피신이라는 알약만 먹으면 완치되는데도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천형’으로 인식하고 있어서다.

 

지난해에는 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가 자신의 칼럼에서 한센인을 ‘문둥병 환자’로 비하했다가 이에 항의한 한빛복지협회에 자필 사과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또 각 교회에서는 여전히 한센병을 하늘이 내린 형벌로 묘사하는 설교가 계속되고 있으며, 기독교방송(CBS)조차도 이러한 내용을 거르지 않고 내보내고 있는 실정이다.

 

 

한센인들은 이런 편견을 없애고자 2004년부터 해마다 5월17일을 ‘전국 한센가족의 날’로 지정했다. 올해도 기념일인 17일을 맞아 전남 고흥군의 국립소록도병원에서 ‘전국 한센가족, 보건 관련 가족, 일반시민이 어우러진 친선체육대회’를 연다. 우 본부장은 “한센병에 대한 사회의 뿌리깊은 편견이 하루빨리 사라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478198.html